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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에는 얇은 곤색 스웨터를 입은 여학생이 한명 지나가는 것을 보았다. 5월 14일의 햇볕은
나는 집안에 있는 사물들을 모조리 끌어모아
그것들에게 장애를 부여했다. 상해를 입혔다. 사물들은 반짝이는 새것일 때, 제자리에 곱상하게 잘 관리되어 있을 때 사물스럽다. 사들였을 때 작용한 나의 별것 아닌 취향에 의해서라도 나름 콜렉션을 이룬다. 정말로 멀끔하다 칫솔은 벌어질수록, 비누는 닳을수록, 의자는 나사가 흔들릴 수록 인간적으로 변해간다. 하지만 나는 이제 그들을 곱게 늙도록 내버려 두지 않는다. 의자의 다리를 가격한다. 거울엔 기분나쁜 금을 낸다. 칫솔이라면 머리털을 흉하게 들쭉날쭉 잘라놓고, 이불솜은 냉혹하게 마구 뽑아낸다. 나를 원망하는 듯. 그러나 힘을 잃은 사물들과 나는 지하철 3번출구 계단 절반을 내려간 곳으로 가서 머리를 조아린다. 객차에 올라타 구질구질한 과거사를 복사한 종이들을 승객들에게 돌린다. 사람들은 금새, 우리가 어딘가 미심쩍다는 것을 알아채고 눈빛을 외면한다. 불쾌해한다. 돈을 꺼내는 이는 순진한 여대생, 봉사에 목마른 보살님, 그것도 아니면 앞가림 못하는 멍청이들 뿐. 하지만 이렇게가 아니면, 우리는 여전히 멀끔한 외양을 가지고, 그 누구앞에도 보일 일 없는 밍밍한 사물들이었을 뿐이다. # by minuji | 2009/03/31 01:04 | 트랙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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